한국 사회 문제를 날카로운 시선으로 통찰해 온 경제학자 우석훈은 불황의 시기에 사회적 경제가 새롭게 고민되고 시작되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사회적 시장경제가 얼마나 ‘익숙하냐 ‘ 다시 말해 친밀함의 문제라고 지적하며 어렵다는 사회적 경제를 구연동화 들려주듯 우리의 일상생활에 꼭 필요한 개념인 사회적 경제를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사회적 경제의 기본 개념은 물론 역사적 흐름을 충실하게 소개했다. 또한 더 많은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 현재 한국과 세계에서 진행되고 있는 사회적 경제의 구체적인 모습을 생생하게 담아냈다.
사회적 경제는 좌우를 넘는다
읽었다는 행위에는 작가가 말하는 개념들을 잘 이해하고 책이 말하고자 하는 지향점을 실행할 수 있는 정도가 포함된 단어라고 생각하는데 이 책을 읽은 지점에서 나는 읽었다고 말할 수 있는지 좀 의심스럽기도 하다. 전작을 읽어보지 못했는데도 그의 88만 원 세대라는 유명한 명칭은 사회문제를 그대로 문자화하고 그런 생활의 사람들을 표현하는 적확한 말로 이슈가 되었다. 물론 그에 따른 최고은법이나 청년지원법등의 법제화 노력에도 얼마간 영향을 미치는 저작이었을 거라 생각한다. 그러한 사회 밑바닥 경제문제에 침착하는 저자의 관심정도는 어떻게 하면 그런 생활의 연결을 벗어날 수 있게 될까로 생각이 이어졌는데 보수적인 나라에서도 자본주의를 빗겨 난 협동조합의 사례들에 관심의 초점을 맞추게 된다. 나도 사실 아이가 있음에도 얼마 전에야 겨우 생협에 가입하게 되었는데 그냥 흔한 마트라고 여겨지는 조그마한 가게에서 사람들의 발길이 계속 이어지는 일이 단순히 좋은 재료의 상품을 구입한다에 그치지 않고 좋은 재품들을 이용한 또 다른 활동들과 그 새로운 연결을 좀 더 알차게 채우기 위한 모임들을 이끌어가는 작은 모임들이 있음을 알고 일찍 가입하지 않았던 게 조금 아쉬웠다. 조합원들에게는 저렴한 가격의 농산물 가격이 지역 마트의 다양한 공급원의 물량들과 종류면에서 부족함이 있었고 또 가격적인 면도 무시가 되지 않아서 생협을 잘 안 오게 됐었는데 얼마 전의 계란파동 같은 사건이 있을 때 천정을 모르듯 오르는 가격에 비하면 오히려 상시적 가격으로 더 좋은 유기농 제품을 구입하게 되는 것과 다양한 소비자교육등도 생협을 누릴 수 있는 부수적 효과였다. 모든 활동들을 저자는 이 책에서 사회적 경제라는 다소 생소한 단어로 이야기해 주고 있었는데 사회적 경제 하면 그저 일반적으로나마 공산주의 그런 분배시스템이 떠오르기도 하고 전쟁 이후 자본주의를 배경으로 압축성장에 내몰렸던 1세대 국민들 정서에 나눔이라는 어떤 전쟁의 그것과 비슷한 거부감의 느낌으로 받아들이는 부분이 떠오르기도 한다. 그렇지만 GMO 식품들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과 미국쇠고기등과 같은 계속적이고도 전반적인 식품에 대한 공포가 있어왔고 그런 공포에 대항하는 안전한 먹거리를 사람들은 조직적인 문제로 함께 인식하기 시작했으며 그러한 소비에 우호적인 경제생활이 나타나는 것을 주목하고 설명한다. 나조차도 사실 생협이나 농협이 우리의 작은 경제생활 곳곳에 스며든다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우리 곁의 새로운 경제생활로 받아들이는 것과 그에 대한 바탕으로 법의 제정하고 합의해 내고 조례를 제정해 내는 활동들을 김대중 정부시절부터 있어왔다고 하니 이 새로운 경제 이만큼 커오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음을 알게 된다. 그만큼 사람들의 경제생활은 쉽게 바뀔 것 같지만 자신의 이익과 남의 이익을 공유한다는 개념 자체가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부분일 수도 있겠다 싶다. 하지만, 많은 나라와 지역의 단체들과 조합들이 꾸준한 성장을 하고 그들의 사회경제를 통해 자본주의가 첨예한 속에서도 개인이 개인의 생활을 보장받을 수 있는 상태를 마련하는 것에 우파도 좌파도 손을 걷어붙이는 장면은 의외였기도 하고 좀 감동적이기도 하다. 새로운 경제 모델 형태를 알게 하고 제시한다는 점에서 좋은 책이었고 이런 경제가 펼쳐낼 앞으로의 사회에서 다양한 공동체가 나타나는 밑거름이 될지도 모르겠단 생각을 하게 된다.
정글 자본주의에서 살아남는 또 하나의 방법
경제 상황이 장기적으로 어려워지는 것을 L자형 공황이라 부른다. L자형 경제위기 상황에서는 국가와 시장이 극도로 위축되고, 많은 경우 가족들도 같이 어려워진다. 자영업자의 비중이 다른 어느 나라보다 높은 한국에서 사회적 경제는 점점 더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가령 급작스러운 실업으로 자영업 창업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고 생각해 보자. 어쩔 수 없이 대기업의 프랜차이즈를 차린 많은 사람들이 몇 년 버티지 못하고 문을 닫는 것이 현실이다. 이 책의 저자 우석훈은 일단 창업하기 전에 사회적 경제에 속한 경제단체들의 문을 두드려보라고 말한다. 회사에서 실직했다고 누구나 꼭 자영업을 하고 사장이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사회적 경제의 영역에 속한 마을기업 등에서 자영업에 대한 준비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지금 한국에서 사회적 경제는 재취업 인력에 대해 비록 제한적이지만 나름대로 해법을 제시한다. 중산층 실업자가 스스로 자신의 길을 찾아가기 전까지 1~2년을 준비하고 모색하는 기간을 마련해 줄 수 있다. 국민경제라는 좀 더 넓은 의미에서 본다면 사회적 경제는 경제 인프라이기도 하고, 사회 안전판 같은 것이기도 하다. 한국과 같이 불황에 돌입하는 나라라면 더욱더 사회적 경제가 필요하다.
가난해지지 않을 권리를 찾기 위한 사회적 경제로의 탐구
사회적 경제, 좌파, 우파, 정글 자본주의, 가난해지지 않을 권리. 책 표지 앞면과 뒷면에 나오는 말들을 나열해 보았다. 일단 평소에 잘 접하던 단어는 아닌 듯하다. 그래도, 문재인 대통령께서 추천한 도서라니. 뭔가 한 칼이 있을 것 같아 자신감 있게 첫 페이지를 젖혔다. 책을 읽다 보면 살아 있는 것의 경제학, 성숙 자본주의, 잡놈들 전성시대, 솔로계급의 경제학 등등 정치, 사회, 경제적 문제들을 날카로운 시선으로 통찰 및 경제학에 대한 깊은 내공이 담겨 있었다. 급변하는 경영환경 속에서 한 순간에 기업이 몰락하기도 하고, 갑작스레 일자리를 잃고 밖으로 내몰린 직원들이 있다. 일순간 환경의 변화나 사고로 경제적 어려움에 처하게 되는 개인들도 많다. 열심히 살아왔지만 한 순간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이다. 이런 개인이 많아질수록 한국 경제는 점점 위축되고, 국가 복지 정책은 축소되며 정작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서 등을 돌리기 시작한다. 즉 가난한 사람이 더 가난해지는 악순환에 빠지는 것이다. 저자는 정글 자본주의화 된 한국 경제에서 서민을 보호해 줄 수 있는 것이 사회적 경제라고 말한다. 네이버의 한경 경제용어사전에서는 사회적 경제를 "양극화 해소, 일자리 창출 등 공동이익과 사회적 가치의 실현을 위해 사회적 경제조직이 상호협력과 사회연대를 바탕으로 사업체를 통해 수행하는 모든 경제적 활동. 사회적 경제조직에는 사회적 기업, 협동조합, 마을기업, 자활기업, 농어촌공동체회사 등이 있다."라고 정의한다. 즉, 사회적 경제야 말로 가난해지지 않을 권리이자 한국 사회에서 좌우를 가를 것 없이 서민들을 위한 든든한 안전망이 되어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챕터별로 다양한 사례를 통해 접근하고 있다. 인물로 접근하거나 공유지 비즈니스를 예로 들거나 또는 사회적 경제 조례 현황을 수록함으로써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자 노력한다. 역사적 흐름도 충실히 소개한다. 물론, 이러한 저자의 다양한 배려에도 불구하고 책 내용을 이해하기에는 다소 어려웠다. 사회적 경제가 추구하는 미래의 모습에 대해 어렴풋하게나마 윤곽을 느낀 정도랄까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경제를 서민 경제안정을 위한 주요 정책 중 하나로 내세우고 있는 지금 시점에, 이 책은 두 번 세 번 곱씹어 볼만한 가치가 있다고 감히 생각해 본다.
사회적 경제는 이념을 초월한 경제문제다
사회적 경제기본법이 보수진영의 반대로 통과되지 못하는 상황을 지켜보면서 ˝사회적 경제는 이념을 초월한 경제문제다˝라고 그들에게 말하고 싶었다. 우석훈 교수의 이 책은 그런 나의 맘을 100프로 대변해 주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분야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도 이 책을 보면서 역사적으로 사회적 경제가 불황이 계속되는 경제적 위기 시 완충제 역할을 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이런 특성을 반영하여 저자는 사회적 경제를 가난 속에 피어나는 꽃이라고 표현하였다. 또한 사회적 경제가 활성화될 분야로 주거, 지역경제, 에너지, 로컬푸드, 종교계등을 제시하면서 긍정적 청사진을 제시하는 한편 경계해야 할 부분에 대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우리나라에서 사회적 경제 조직이 넘어야 할 의사결정의 문제를 지적한 것이다. 주식회사와 다르게 사회적 경제 조직은 민주적 의사결정 구조를 특징으로 한다. 이런 의사결정 구조와 참여자들의 특성이 결합되어 저자가 지적한 것처럼 착한 사람의 딜레마로 결정을 못 내리는 경우가 많을 수 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보면서 이 문제도 극복할 수 있다는 계기를 얻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사회적 경제 조직과 헌법재판소는 권한은 평등하고 모든 의견이 존중된다는 점에서 의사결정의 기본조건이 유사하다. 헌재의 대통령 파면 결정처럼 사회적 경제 조직원들이 의사결정의 중요성을 인정한다면 결정하지 못하는 일은 없을 것 같다는 저자의 충고는 깊이 새겨들을 만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