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일푼으로 시작해 700억 원의 기업체를 일군 자신의 인생역전 스토리를 풀어놓는다. 미국 사회에 생소한 '김밥'을 론칭해 직원 14명과 함께 2년 반 만에 연매출 130억 원을 이룬 아이디어와 열정, 끝없는 도전정신의 정수를 만나본다.
어제의 실패는 오늘의 패배가 아니다!
저자는 1987년 미국 사회에 진출한다. 20대 중반 무일푼 처지의 그가 선택한 일은 아버지의 식품점 일을 돕는 것이었다. 조금씩 장사에 눈을 뜨면서 자리를 잡아갈 무렵, 하루도 쉬지 않고 일에 매달려야 하는 가족단위 사업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컴퓨터 판매업에 도전하지만 이내 쓴 결과를 맛본다. 뒤이어 증권거래회사를 차려 주식과 선물옵션에 나서지만 자본력의 한계에 재차 좌절하고 만다. 2000년경 유기농 식품회사를 인수해 착실히 성공의 발판을 이어가던 중, 9 · 11 테러라는 암초를 만나 또 한 번의 위기를 맞는다. 테러의 여파를 극복하는 듯했던 그의 사업은 8개월 여의 매장 앞 도로확장 공사로 파국을 맞는다.
그의 몸과 마음은 바닥까지 황폐해져 한없이 흔들렸다. 그러나 그는 수많은 실패를 겪으면서도 자신이 내린 가장 현명한 행동은 운동이었다고 술회한다. 무작정 터벅터벅 비틀거리며 걸으면서 휘청이던 그의 마음과 몸은 점차 균형을 찾아갔고, 좌절을 딛고 새로운 기회로 받아들일 수 있는 여유와 상상력도 갖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소중한 아내와 세 아들, 그리고 그의 결정과 열정을 묵묵히 지켜보며 후원하고 지원해 주는 부모님의 존재를 잊지 않았다. 그가 실패는 거듭하되 패배는 더 이상 반복하지 않도록 만든 가장 큰 힘이었다.
2,300달러로 400만 달러 기업을 사는 기술!
그러던 중 어느 날 텍사스 휴스턴의 어느 매장 중 한 곳에서 처음으로 김밥을 만나게 된다. 겨우 김밥 여섯 개를 진열할 만큼 협소한 1평의 공간에서 어떻게 수익이 나는지 살펴본 것이다. 저자는 ‘겨우 요만한 자리를 갖고도 요리사를 보내 김밥을 만든다면 김밥 자체는 상품성이 좋은 것이다. 만약 판매 형태에 대한 보완만 가능하다면 이 제품은 엄청난 잠재력이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 시간 이후부터 그는 머릿속에 미국 지도를 펼쳐놓고 전국에 자신의 비즈니스가 번져가는 ‘상상’을 시작한다.
과거 흑인 동네에서 콜라 캔 하나에 11센트 이익을 남기던 것을 대량구매해 5센트의 이익만 남겨 판매하면서, 진열대의 위치와 상품의 숫자에 따른 소규모 식품점 매출의 변화를 지켜보면서, 샘스클럽에서 12kg짜리 밀가루 한 포대를 한국 돈 3,000원에도 못 미치는 가격에 판매하는 메커니즘을 분석하면서 익히고 배운 경험을 토대로 새로운 도전을 위한 준비를 시작한 것이다.
저자는 무려 10개월 동안 자료를 보내고 전화기에 매달리면서 거의 부처님과 같은 인내심을 발휘한 끝에 미국 최대규모 식품유통 회사인 크로거와 거래를 맺음으로써 비즈니스의 기회를 얻는다.
마침내 그는 김밥으로 월매출 1,500달러를 올리던 매장을 인수받아 첫날 2개를 팔고 34개를 폐기했다. 그러나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진열대 위치가 열악하고 공간이 협소한 데다가 고객의 70%가 흑인이라는 단점을 극복하고, 엄청난 숫자의 고객이 찾아온다는 장점을 살려 새로운 비즈니스를 시도하게 된다. 그 첫 시도가 작업대 위치를 변경한 것. 그리고 남은 시간을 이용해 샘플을 만들어 무료로 나눠주면서 김밥이라는 것이 먹는 음식임을 각인시킨 것이다.
그러기를 한 달여, 하루에 30개 정도씩 팔리면서 흑인 고객들도 김밥을 먹기 시작했다. 주당 매출이 1,000달러를 넘기던 즈음, 스페이스 마케팅을 활용해 공간을 재배치하고 작은 도마 앞에서 직접 김밥을 말아 온갖 종류의 메뉴를 한꺼번에 진열함으로써 월매출 1만 5,000달러를 돌파하게 된다. 한 사람이 김밥으로 올리는 매출이, 6명의 델리 직원들이 파는 샌드위치보다 더 커진 것이다. 김밥 사업에 자신이 붙을 즈음 업계에서 경험도 많고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JFE회사의 인수에 나서게 된다. 400만 달러에 사업체를 넘기겠다는 JFE 사장과의 협상을 통해 저자는 JFE의 매장 다섯 개를 빌려 열 배의 매출을 올리겠다는 자신의 약속을 지킴으로써 오너 파이낸싱 조건으로 단돈 2,300달러에 400만 달러의 비즈니스를 얻게 된다.
부자가 되는 기적의 방정식!
저자는 단 한 개의 매장에서 시작해 3년도 채 안 되어 130여 개의 매장을 운영하면서, 첫 달 1천만 원대의 매출을 연간 180억 원대로 키워냈다. 그에 대해 운이 좋았다고 평하는 이들도 있지만, 거듭된 실패 속에서도 그 같은 운이 자신에게만 돌아온 것은 아니었다고 저자는 단언한다. 사람들은 부자가 되고 싶어 하거나 좋은 대학, 직장에 들어가거나 멋진 결혼을 꿈꾸고 승진을 희망한다. 그리고 그 목표를 위해 노력하고 공부하고 열정을 불태운다. 그러나 저자는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강조한다. 기회와 운이란 것은 모든 사람들에게 똑같이 주어지지만, 그 행운을 잡고 기회를 살리기 위해서는 남과 다른 상상력과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직원들에게 급여 이외에도 회사 전체 이익의 10%를 분기별로 배당금으로 지불하는 등 기꺼이 직원들과 동업을 하는 저자는 직원들로 하여금 회사 안에서 각자 독립적인 사업자 형태를 유지하도록 돕는다. 모험심 많은 직원에게는 독립사업체로 분리시켜 파트너 형식으로 자신의 사업을 하도록 계약을 맺기도 한다.
직원들이 월급보다 더 많은 배당금을 가져가길 원하고, 회사의 성장에 따라 BMW 5와 아파트를 추가로 선물하고 싶다는 김밥맨 김승호의 비즈니스를 따라가다 보면, 상상력의 지평을 뛰어넘는 행복한 지혜를 선물 받게 될 것이다.
1,000원짜리 김밥 시대는 갔는가?
IMF가 시작되던 시기에 우후주숙처럼 일어난 가계가 있었다. 1,000원으로 김밥 한 줄을 살 수 있는 김밥집들이다. 기존의 분식집에서 김밥을 전문으로 하되 가격을 1,000원에 맞춘 것이다. 천 원은 아무리 힘든 시기라 할지라도 어렵지 않게 꺼낼 수 있는 돈이기 때문이다. 돈의 가치가 떨어진 시기에 천 원으로 한 끼를 때운다는 발상은 탁월했다. 집에서 절약할 수 있는 여러 가지를 찾아도 가장 잘 보이는 것은 역시 밥 값이다. 당시만 한 끼에 적어도 5천 원 이상을 들여야 한 끼를 할 수 있으니 천 원에 한 줄의 김밥의 매력을 폭발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김밥의 매력은 단순한 천 원의 가치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편리함과 간편함에도 있다. 배달까지 해주니 말이다. 심지어 어떤 학부형은 아이들 점심을 김밥으로 대체하기도 했다.
김밥이 매력을 끄는 이유는 무엇일까? 불황기에 사람들은 과소비를 지향하고 가치를 따지고 감성보다 이성적인 소비를 지향한다. 그렇기 때문에 한 끼 때우는? 데 몇 만 원씩 소비하는 것은 옳지 못한 판단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들은 그 돈을 아껴 좀 더 가치가 있고 다급한 것으로 사용하려 했다. 또한 심리적으로 불안하기 때문에 미래를 위해 저축하려는 심리가 있다. 누림보다 대비하는 것이다. 폴 크루그먼은 <불황의 경제학>에서 이러한 불황 속의 심리를 잘 그려주고 있다.
그러나 사람들은 일단 불황이 끝나고 미래에 대한 청사진이 있다면, 즉 계속하여 좋은 수입원이 있다면 사정은 달라진다. 적은 돈으로 가치가 적은 천 원짜리 김밥으로 박박하게 살고 싶지 않은 것이다. 즉시 예전에 했던 것처럼 한 끼에 15,000 정도의 식사를 편하게 한다. 오늘 써도 내일 돈을 벌 수 있다는 안정감 때문이다. 물론 예외가 있기는 하지만 당시에 유행했던 천 원의 개념은 '천냥점'이라는 신종 가계를 만들어 냈다. 천 원으로 생활에 필요한 간단한 물건을 살 수 있는 것이다. 단 천 원짜리 한 장이면 원하는 물건을 편하게 살 수 있다. '천냥하우스' 등이 이름으로 상점은 연 가게들은 그야말로 대박을 맞았다. 그러나 그곳에 진열된 상품들은 모두 천냥이 아니다. 실제로 가게 안으로 들어가 보면 많은 물건이 천 원보다 비싼 2천 원, 3천 원 심지어는 만원이 넘도 물건도 많이 전시되어 있다. 그뿐 아니라 천 원짜리 물건들은 대부분이 투박하고, 잘 부러지고, 질도 낮은 중국산일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이 찾는 이유는 천 원으로 이 정도의 가치만을 기대하기 때문에 불평을 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문제는 불황이 끝났을 사람들은 다시 그곳을 잘 찾지 않는다는 것이다. 차라리 웃돈을 주고 명품을 사려고 하지 저질의 저가의 상품을 원하지는 않는 것이다.
얼마 전에 김밥집에 갔더니 최저가격이 1,500원이었다. 언제 가격을 올렸냐고 물으니 벌써 2년이 넘었다고 한다. 1000원으로 김밥을 만들기에는 단가가 맞지 않는다는 이유다. 그동안 1000원으로 김밥 한 줄을 만들기에는 물가가 너무 올랐다. 이제 1000원짜리 김밥을 먹기는 힘들 것이다. 그러나 천 원짜리 김밥의 의미는 불황이 오고 위기가 올 때마다 다시 부활할 것이다. 그러나 개인 사업을 하는 사람들은 이러한 시대의 변화를 잘 알고 시작하는 것이 좋다.